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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짧은 글 한 편 님께 보냈더니 님은 글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시고 보낸 작품만 읽으셨나 봅니다 그러하지 않으셨다면 이토록 동문서답하시는 글월을 답장으로 내리시지는 않으셨을 터 세상 바뀌어 아무리 영상물 시대라곤 하지만 뜻을 담은 문자기능 잊으시면 아니 되옵니다 세상 의미들이야 귀로 들어가고 눈으로도 들어가지만 머릿속에 남지 않고 입으로 되나온다면 그저 따라하기 아니겠소, 부디 짧은 글에 담긴 의미이지만 그대 가슴에 아름다운 꽃으로 남아 큰 힘 되기 빌어 봅니다

하늘타리

누가 너더러 하필 이곳에서 살라일렀나 마른 가지에 얹은 가난한 살림 수박향 짙은 꼭지에 허가받은 열매가 훈장처럼 흔들린다 어디에 있다 이제 왔느냐 뿌리에 닿아 있는 간절함, 일찍 만나지 못한 아쉬움은 컸다만 엉키고 꼬이지 않았음이 다행이다 가지에 걸려 흔들리는 덩굴일지라도 끈이라고 믿으니 오후의 지는 볕일망정 안타까움은 없구나

후회

가을이라 그렇나 추억이 담긴 멜로디가 들리니 가슴이 흔들린다 이렇게 음악 들으며 풍경만 보아도 눈시울이 뜨겁다면 나는 이미 그곳에 없다는 뜻 눈으로 보이는 것도 귀에 들리는 것조차도 말로도 글로도 정리가 되지 않아 그저 흥얼거린다 사는 동안 쌓였던 낙엽이 무거운 빚이 되었구나 흐느낀들 어쩌겠냐, 이렇게 곁에서 널 보는 나도 흔들리니 아, 이런 날 다시 껴안아 줄 수 있겠니